올해 야구는 뭔가 다르다.
정확히는, 올해 KBO는 뜨겁다 못해 불이 붙었다.
언제부턴가 ‘그저 그런 시즌’처럼 흘러가던 KBO가 올해는 달랐다.
전광판 앞에 선 관중은 다시 눈을 반짝이고, 응원가는 더 크게 울려 퍼진다.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다시금 ‘국민 스포츠’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한화, 만년 꼴찌의 반란
그 시작엔 한화 이글스가 있었다.
정말 오랜 시간, 팬들에게는 늘 인내와 눈물의 팀이었다. ‘한화 팬이란 건 곧 수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지만 2025년, 그 오랜 수행의 시간에 햇살이 비쳤다.
올 시즌 들어 한화는 연일 이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단순한 운이 아니다. 탄탄한 리빌딩과 새롭게 구성된 코칭 스태프, 그리고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만들어낸 상승세다.
경기마다 보여주는 집중력은 예전의 한화가 아니다.
‘한화의 봄은 짧다’는 말은 이제 농담이 되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팬들의 열기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매 경기 매진에 가까운 관중을 자랑한다.
예전엔 조용하던 외야석이 이제는 함성으로 가득 찬다.
그들을 위한 ‘봄’이, 이젠 여름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롯데, 영원한 떡밥이 진짜 야구를 보여주다
롯데 자이언츠는 늘 ‘기대는 하지만 믿을 수는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2025년, 그 말은 조금 달라졌다.
부산 사직구장은 지금 가장 뜨거운 야구장 중 하나다.
타선의 폭발력, 젊은 투수들의 활약, 그리고 “이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경기력.
올해 롯데는 오랜 팬들의 가슴을 쿵쿵 뛰게 하고 있다.
‘올해는 다르다’는 말, 올해만큼은 정말 현실처럼 들린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건, 사직야구장의 풍경이다.
응원단과 팬들의 일체감, 경기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외치는 “롯데!”라는 함성.
야구장이라는 공간이 다시 부산 시민들의 자부심이 된 듯한 느낌이다.
티켓팅 전쟁, ‘직관’은 이제 기적
이 모든 열기는 결국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증명된다.
올해 KBO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서버가 마비되고, 2분 만에 표가 동나는 상황이 흔하다.
평일 경기조차 매진, 예매는 전쟁이고, 암표마저 다시 등장했다.
나 역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경기장 가기’가 어렵다.
전에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었던 야구장이, 이제는 티켓팅에 실패하면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로 험난하다.
사실 조금 억울하다. 오랫동안 팬이었던 우리가 왜 이제 와서 표를 못 구해야 하나.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 뜨거운 열기 자체가 참 반갑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야구의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니까.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경기를 본다는 건 단지 점수를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다.
9회 말, 두 점차, 투아웃 풀카운트—그 숨 막히는 순간은 오직 직관에서만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을 기다리며 한 점 한 점 쌓여가는 야구의 시간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긴장과 몰입이다.
게다가 야구는 ‘같이’ 즐기는 스포츠다.
옆자리의 낯선 이와 함께 손을 치고, 응원가를 부르고, 치킨을 나누는 그런 경험.
그게 바로 한국 야구장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다.
그리고 이제, 그런 ‘경험’이 다시 전국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서울, 대전, 부산, 대구, 인천, 수원, 창원—모든 구장에서 매일같이 이야기가 쓰인다.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감정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된다.
2025, 야구가 다시 삶이 되는 해
우리는 한동안 야구의 열기를 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관중 수는 줄고, 중계도 예전만 못하고, 팬들의 이탈도 컸다.
하지만 지금, 2025년의 KBO는 그 모든 흐름을 되돌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팀들의 반란, 매 경기 드라마 같은 전개,
그리고 팬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시금 ‘야구의 시대’가 왔다는 증거다.
다시 그 자리에서, 다시 함께
비록 나는 아직 올해 한 번도 직관에 성공하지 못했다.
예매 실패의 허탈함, 남들 SNS 속 경기장 인증샷에 느끼는 부러움.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열기가 미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흐뭇하다. 내가 사랑한 야구가 다시 주목받는 게, 마냥 좋다.
그래서 또 기다린다. 다음 예매 오픈일.
다음엔 꼭, 그 응원가를 내 목소리로 부르고 싶다.
비록 그 자리를 차지하긴 어렵지만,
야구의 재미가 다시 ‘모두의 것’이 되어간다는 이 흐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 시즌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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