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기다린다는 건 때론 계절 하나를 몽땅 걸어버리는 일이다. 올여름, 수많은 음악 팬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흑백의 무대 위, 오롯이 음악만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존재. 칸예 웨스트.
그가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은,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의미였다. 단 한 번도 그를 실제로 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이제야'라는 기회였고, 이미 그의 음악과 세계관에 매료된 이들에게는 '드디어'라는 확신이었다.
'티켓팅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것
예매 당일, SNS는 실시간 전쟁터였다. 수천, 수만의 팬들이 예매 페이지 앞에 앉아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고, 단 몇 분 만에 서버는 마비되기 일쑤였다. 몇몇은 ‘예매 성공’이란 기적을 이루었고, 대부분은 아쉬움 섞인 인증샷으로 허탈한 감정을 나누었다.
“그래도 온다니까 다행이다.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칸예가 오는구나.”
그렇게 모두가 기다렸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지방에서 올라올 계획을 짜고, 해외 일정까지 미뤄가며 그 날에 모든 걸 맞춰놓았다. 음악은 때때로 우리를 견디게 하고,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6월 공연 예정이던 내한 일정은 돌연 취소되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팬들이 먼저 알게 된 건 SNS에서였다. 예매처의 공지보다 빠른 루머, 확인되지 않은 캡처 이미지, 그리고 소문.
이윽고 공식 입장이 나왔다. 칸예 웨스트 내한 공연 취소.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이란 여러 변수가 따르기에, 우리는 이미 수차례 이런 ‘불발’을 겪어봤지만—이번엔 달랐다.
그는 단순한 유명인이 아니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했고, 그의 무대를 꿈꿨고, 그의 존재 자체에 기대어 음악을 기다려온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공연을 기다린 팬들에게 그 어떤 위로의 메시지도, 정중한 설명도 없었다.
실망보다 아픈 건, 침묵
칸예 웨스트는 그동안 음악 외적인 이슈로도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종교적 발언, 정치적 성향, 논란이 된 인터뷰들. 그의 팬이라면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하지만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우리는 단 하나의 이유로 공연을 기다려왔다. 그가 무대 위에 설 때, 말보다 음악이 더 큰 힘을 가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 취소는 단순한 스케줄 조정이 아니라 ‘믿음을 저버린 일’처럼 느껴졌다.
공연 하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정을 조정했고, 교통과 숙박을 예약했으며, 무엇보다 마음을 다해 기다려왔다. 단순한 ‘환불 공지’ 하나로 그 마음을 지우기엔, 이건 너무 많은 감정을 건 일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음악을 사랑한다
공연은 사라졌지만 음악은 남는다. 여전히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듣고, 이전 무대 영상들을 찾아보며 상상한다. 그가 만약 서울의 무대 위에 섰더라면, 어떤 말을 했을까. 어떤 곡을 첫 곡으로 골랐을까.
실망과 분노, 그리고 허탈함 속에서도 여전히 그의 음악을 끊지 못하는 건—그만큼 우리는 그를 진심으로 기다렸기 때문이다.
팬이란 이름으로 우리는 늘 기다려왔다
칸예 웨스트의 내한 취소는 단순한 아티스트의 일정 조정 그 이상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의 음악보다도, 그의 ‘존재’를 한 번쯤은 직접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마치 멀리 있는 별을 향해 손을 뻗듯, 닿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무대가 이번엔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그리고 우리는 그 믿음을 깨어지도록 허락받은 적이 없었다.
다시, 기다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혹은 다시 그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연은 취소될 수 있지만, 그 날을 기다렸던 우리의 설렘과 기대, 그리고 음악을 향한 사랑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
그러니 오늘도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재생하며, 조용히 혼자만의 무대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정말로 그가 다시 무대에 설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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