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거리엔 러닝화가 많아졌다.
평범한 아침 산책길에도, 해 질 무렵 한강변에도, 혹은 주말마다 열리는 도심 도로 한복판에도,
사람들은 조용히 달리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은 ‘러닝의 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이자 움직이는 공동체로, 러닝은 전국을 물들이고 있다.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이 있다”
지난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었다.
나는 마라토너도 아니고, 기록 욕심도 없었다. 그저 ‘함께 달려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참가 신청서를 냈다.
코스는 익숙한 거리였지만, 도로 위에 선 수천 명의 사람들과 마주한 순간, 세상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는 순간.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이어폰을 끼고 혼자만의 호흡을 즐기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친구들과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몸보다 먼저 뛰기 시작한 건 마음이었다.
그날, 나는 그 어떤 스포츠 경기보다도 뭉클한 장면을 목격했다.
지치고 힘들어 멈춰 선 러너에게 손 내밀던 낯선 이,
마지막 1km를 함께 걸어주던 친구,
결승선을 넘는 순간 터져 나오는 환호와 눈물.
기록보다 중요한 건, 함께 완주한 마음이었다.
러닝은 지금 ‘문화’가 되었다
2025년 마라톤 대회는 그야말로 ‘전국구 이벤트’다.
서울, 부산, 대구, 수원, 대전, 광주를 비롯해 지방 곳곳에서 주말마다 마라톤이 열린다.
- 4월엔 서울 하프마라톤이 2만 명 넘는 참가자와 함께 성황리에 열렸고,
- 5월에는 대구 국제마라톤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고,
- 9월에는 순천만 울트라마라톤, 철원 DMZ 마라톤, 춘천 마라톤이 연이어 진행될 예정이다.
대회 참가비는 대부분 3~5만원대지만, 티셔츠와 메달, 간식, 그리고 경험이라는 ‘추억 패키지’는 참가비 이상의 가치를 안겨준다.
특히 SNS 인증 열풍과 맞물려 ‘마라톤 인증샷’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고,
“이번엔 어디 달렸어요?”라는 인사말이 낯설지 않다.
이유 없는 달리기는 없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누군가는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잊지 못할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린다.
이처럼 달리기에는 늘 사연이 있다.
그리고 러닝은 그런 마음들을 차곡차곡 받아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운동이다.
나는 언젠가 한 러너의 인터뷰를 본 적 있다.
“힘들 때마다,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달려요.”
그 말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달리기는 어쩌면, 멈추지 않고 삶을 계속해나가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마라톤, 그 이상의 이야기
마라톤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풀코스(42.195km)가 부담된다면 하프(21km), 10km, 혹은 5km 걷기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혼자여도, 친구와 함께여도, 가족과 함께여도 괜찮다.
특히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통합 마라톤도 확대되고 있고,
어린이 마라톤, 반려견과 함께하는 러닝 페스티벌도 열린다.
러닝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움직임이 되었다.
"나도 한번 달려볼까?" 하는 그 마음이 시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딘가에선 누군가가 러닝화를 끈다.
처음으로 뛸 생각에 설레는 사람,
기록을 단축하고 싶은 열정의 러너,
그저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
그 모두가 도로 위에서 함께 달리고 있다.
2025년은 그런 해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시작하는 해.
마무리하며,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
올해 아직 마라톤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가을, 가까운 도시의 러닝 행사에 참가해보는 건 어떨까?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결승선을 넘는 순간, 어쩌면 당신도 모르게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감동을 나도, 당신도 느낄 수 있기를.